17. 사실 지향적 대화 vs 관계 지향적 대화

사실 지향적 대화 vs 관계 지향적 대화

지난 번에는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려드렸었는데요, 이번에는 마음을 표현하는 대화의 두 가지 방식에 대해서 알아볼게요.

제가 자주 가는 병원이 있어요. 하나는 가정의학과이고 하나는 내과인데요, 잘 살펴보면 크게 다른 것은 없는데 저는 가능하면 내과로 가게 되고 가정의학과는 다른 병원이 다 문을 닫아서 어쩔 수 없을 때만 가게 되더라구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내과에 가면 선생님이 차분하게 증상을 물어보세요. 제가 대답을 하면 따뜻한 목소리로 좀 더 물어보기도 하고 제가 증상을 완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천천히 알려주세요. 내용도 내용이지만 신뢰감이 가더군요.

내과: 어디가 불편하세요?
나: 요새 자꾸만 설사를 해서요.
내과: 설사를 하면 불편하죠. 언제쯤부터 그랬지요?
나: 2주쯤 된 것 같아요. 그냥 견딜라 그랬는데 안 낫더라고요.
내과: 꽤 오래되었네요. 약을 먹으면 금방 괜찮아질거예요.
나: 네.
내과: 우유나 과일은 삼가시고 많이 드시지 마세요.
나: 네.
내과: 조심해서 드시고 몸 편안하게 하세요.

그런데 가정의학과에 가면 선생님이 별 말씀 없이 약만 처방해주세요. 약을 먹으면 병이 낫기는 하니 저의 목적은 이루어지는 건데도 이상하게 가기가 꺼려져요.

가정: 어디가 아파요?
나: 요새 자꾸만 설사를 해서요.
가정: …
나: 어디가 안 좋은 거죠?
가정: 장염이예요. 약 처방해드릴테니까 드세요. 계속 안 좋으면 또 오시고요.
나: 네.

사실 두 대화에서 큰 차이는 없어요. 아무래도 병원이다보니 사실 지향적인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내과에서는 말투와 태도에서 저를 살펴주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사실과 관계없이 그 느낌으로부터 편안함을 느끼고 의사에 대한 신뢰감을 얻게 되었던 거죠.

대화는 목적에 따라서 ‘사실 지향적 대화’ (사실 중심으로 표현)와 ‘관계 지향적 대화’ (심정 중심으로 표현)로 나눌 수 있어요.

다음 표를 천천히 살펴보세요.

	사실 지향적대화	관계 지향적대화
목적	지식이나 정보의 전달	정서적 유대감(친밀감, 신뢰감) 조성
입장	자기 입장에 서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내용	사실, 정보 중심	심정 중심
수단	설명, 설득, 대결, 지적	공감, 수용, 칭찬, 인정
길이	요점만 간단명료하게	일반적으로 길다
진실성	진실한 말	상대가 듣고 싶어하는 말
대화의 초점	분명할수록 좋음	분명하지 않을 때가 많음
듣는 방법	내가 파악(귀 담아 듣고 정확한 내용 파악)	상대가 느끼게(시선 응시, 표정) 태도(끄덕임, 미소)와 말로 반응
		출처: 교사의 마음리더십 57p.

감이 좀 오시나요? 두 대화의 차이가 좀 느껴지세요?

병원의 의사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가르치시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에서 수업 잘 하고 잘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약간의 관계 지향적 대화를 수업에 섞어주시면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감이 커져서 영향력이 커질거예요.

첫 발령 받고 수업을 어떻게든 잘 하고 싶어서 매일 한 시간씩 학교에 일찍 출근해서 수업 준비를 하던 예전의 제 모습이 떠오르네요. 수업이 잘 안되니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서 해결을 하려 했지만 이상하게도 잘 되지 않았지요.

지금 돌이켜보니 저는 사실 지향적 대화 100%로 수업을 꽉꽉 채웠었고 저만 열심히 떠들어대는 수업을 했던거였어요. 요령없는 삽질을 했달까요? 지금이라도 배움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은 길인지 알게 되었으니 천만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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